[넥스트] 아버지와 나 (1993) - 신해철


1993년 이 노래가 나왔을 무렵을 기억한다.

랩이라는 것이 생소한 당시 - 노래라고 하기보단 잔잔한 음악에 신해철의 나래이션이 이어지던 곡..


당시 우리 집으로 가려면 가사속에서 처럼 외등만 있는 긴 골목길을 지나야 했었는데,

난 나레이션의 첫 소절에서 울어버린 기억이 난다.


"아주 내가 오래전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로
시작하는 구절이 왜그리도 가슴을 파고 들었는지..


아버지를 못 뵌지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사진속에서 만난 아버지의 모습은 벌써 흰머리가 되어버리셨다.

이제 아주 조금 후에는 아버지를 만날수 있다.
6년의 지루한 기다림을 견뎌왔는데, 이제 얼마남지 않은 날들이 거슬리는 이유는 간절하기 때문일까?

어느덧 두아이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나의 모습속에서
내가 예전에 올려다 보던 아버지의 모습이 투영된다.

그리고 들려오는 아랫부분
"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 아침,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그리고 마무리
"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뵙고싶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아버지와 나 - 넥스트

아주 오래 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아버지가 뵙고 싶다. 달려가서 안아드리고 싶고, 술잔 한잔 기울이고 싶다.
         노래방에 같이 가서 노래도 한소절 부르고 싶고, 밤을 세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언제나 난 아버지에게 불효자 일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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