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향초"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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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혹은 "작심삼일"이라는 말과 대치되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정좌처 다반향초 / 고요히 앉은 자리, 차는 반이 되었지만 향기는 처음과 같고,
 묘용시 수류화개 / 마음이 고요해지면, 물리 흐르고 꽃이 피어난다."
추사선생님의 대련이라는 곳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추사선생님이 지은 글은 아니지 싶다.
(주 - '묘용시'를 차를 마시는 동안 마음에 묘한 기분을 고요해지면이라고 내가 해석했음)

글의 출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 구절중에 보이는 "다반향초"라는 말이 내 또다른 삶의 좌우명이 되어버렸다. 금방 작심하고, 금방 친해지고, 무언가를 인스탄트처럼 급히 정하고 나아가는 모습속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그일을 진행하고 있는지는 돌아보지 않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하다가, 지치고 지겨워지면 또다른 입맛에 맛는 사람을 만나고, 입맛에 맛는 일을 다시 도모하고.....

"찻잔 속의 차는 시간이 흘러 마셔서 비록 반으로 줄었지만, 그 차가 지니고 있는 향기는 언제나 처음과 같다" 라는 의미의 짧은 문장을 처음 대했을때, 정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구절이다.

불가에서 "초발심시 변정각"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는 하는데, '초발심시' 처음 법을 구하겠다고, 처음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얻겠다고 마음을 먹는 바로 그 순간이, '변정각' 바로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된다. 라는 의미이다. 이 문구가 처음 마음가짐의 중요함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다반향초'라는 말은 그렇게 치열하게 가졌던 처음의 마음을 잃어버리지 말고, 끝까지 잔잔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라 본다.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 내가 지니고 사는 두마디, 수처작주, 다반향초,
가끔 삶에 치이고, 지치고, 힘들어질때 입속에서 되뇌이는 나만의 주문이다.

덧 1. 예전에 광수생각이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그 만화에서도 "다반향초"를 주제로 그린 만화가 있었
       다. 그 만화를 아직도 지니고 있는데, 여기다 살며시 올려본다. 문제가되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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