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하문 - 새삼스럽게 다가온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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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하문(不恥下問) ; 논어 - 공야장 14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공자님의 제자 자공이 묻기를 "공문자는 어찌하여 문(文)이란 시호가 붙었습니까"하니, 공자님 말씀하시길 "민첩(영리)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기에 문이라는 시호가 붙었다"하셨다.


불치하문, 오늘 아침 문득 SNS 상에 어린다고 생각하고 있던 후배가 올린 글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맴도는 구절이다. 어젠 (그리고 오늘새벽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또 한번의 홍역이 치뤄졌다고 생각한다.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승리한 사람이 있다면, 밀려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고, 그들을 따르던 사람들의 희비 역시 갈리는 순간이 지나갔다고 본다.


그런 와중에, 평소에 별 이야기 없던 후배녀석이 올린 장문의 글을 보았다. 아직 어리다고만 느끼고 있었는데, 마음속에는 이런 세상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하긴, 지금의 내 눈으로 내 나이에서 보니 어리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나도 저 나이엔 세상을 나름 고민하고 책과 더불어 진리를 이야기 하면서 어리지 않다고 자부하고 살지 않았던가 싶다.


하여간, 아랫사람의 글에 한수 배우는 입장이 된, 배움의 즐거움, 후학의 의미를 새롭게 찾은 즐거움이 짙은 상념속에서 피어나는 아침이다.


고맙다.. 고려야~~  (이 친구의 이름이 "고려"이다. 이름도 새삼스레 멋지다)



-- 후배의 SNS에서 발췌한 전문 --


역시나 예상대로 많은 분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시는군요. 한국보다 시차상으로 약 2시간이 빠른 여기 호주 시드니에서도 꽤나 많은 분들이 한국의 소식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 시각 현재, 개표는 약 89.4%가 진행되었고, 제 랩탑의 선거개표방송 스크린에는 차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박근혜씨가 당선시 거의 확실시 되었다고 발표되고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제 자신은 저의 정치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려하는 편입니다. 물론 그것은 제가 정치나 사회의 문제에 무관심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 또래의 누구보다도 해당 분야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또한 부끄러운 수준입니다만 제 자신이 더 어렸을때부터 그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제가 정치적인 의견을 개진했을때 혹여나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주변이 여러분들이 그로 인하여 조금이라도 불쾌한 감정을 느끼셨다면, 그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더 조심을 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생각을 말없이 듣는 것을 더 좋아하지요.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달라고 하는 것조차도, 많은 분들이 당신들의 신념을 가지고 투표를 하는데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얘기하기 어려워하는, 어떻게 보면 약간은 오바스러운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분명 제 자신에게는 너무도 아쉬운 날입니다. 그리고 다시 나의 절박한 선택을 하기까지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견뎌야한다는 사실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아직 최종 확정이 된 것은 아닙니다만, 분명 오늘은 제가 기대했던 결과와는 다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선생님과는 아주 아주 정말로 작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불러주시면서 이름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런 작은 인연을 떠나서라도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그 분이 걸어온 길이나 지향하는 바를 지지했기에 이번에는 그 진심이 꼭 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저, 참 많이 고생하셨다고, 그래도 웃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내가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고 한들, 그것 또한 나의 가족, 나의 친구, 그리고 나의 이웃들 모두가 소중히 선택한 결과입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하는 최선의 일은 차기 대통령 당선자께서 우리나라를 잘 이끄시길 기원하는 것입니다. 분명 많은 어려움은 있을 것입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분명 생기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리더가 내가 원하는 가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되도록 치열하게 요구해야하는 것이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공감하는 이론가 중 한 사람인 토크빌의 글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실제 투표와 관련된 명언으로도 자주 언급되는 이 문구는 바로, '모든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입니다. 저는 믿고 싶습니다. 나와 다른 선택을 한 많은 분들의 의지가 우리를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기를.

우리는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고 세상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힘냅시다!


덧) 어쩌면,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투표를 열심히 독려하고 그 결과 높은 투표율이 나왔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 결론에 갇혀 과정을 폄하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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