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강의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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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강의실에 아이들이 꽉차면 훈훈해진다]

강의가 끝나고 아이들이 다 나가버린 텅빈 강의실을 잠시 바라보았다. 3년전 이맘때쯤 다니던 회사 접고 학교로 들어왔을때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휘릭 머리속을 지나갔다.


내가 입학했을 때, 우리 지도교수님이 무척 반겨주었다. 보통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실제 엔지니어의 경험이 전무한 경우가 많은데, 난 10년이 넘는 연구소 생활을 한국과 호주에서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비록 3년 안팎이지만) 한국에서 강의한 경력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는 바로 Power Electronics 강의를 맡아달라고 했다. 특별히 Lab 강의는 기존에 학교에 있는 Test Board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직접 만들고, Lab용 교재는 따로 써달라는 요청을 했다. 뭐, 실험용 보드를 만드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영어로 교재를 쓴다는 것이 조금은 버겨울 것 같다고 이야기 했더니, 걱정말란다. 초안만 잡으면 언어적 오류는 자기가 고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ㅋㅋ 별것 아니지만, 내가 15개를 만들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녀석이다]


그렇게 실험용 보드 만들고, 내가 쓴 교재를 가지도 수업을 한지도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처음엔 정말 첫인사를 영어로 어떻게 해야하나? 영어로 강의는 어떤식으로 풀어야 하나? 아이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떻하나? 등등 남몰래 걱정을 했었는데, 오늘 문득 "아~ 인제 나도 이런 일에 익숙해져 버렸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텅빈 강의실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이 아이들이 내 강의를 좋아한다. 그리고, 아직은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다. 3년이 지난 시점에 문득 처음 떨렸던 마음이 생각나 몇자 남겨본다. 강의실 문을 나서면서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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