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에 쓰러진 아버지에게 보내는 글을 읽고...


[전남 보성에서 상경한 농민 백남기씨가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동료들이 옮기고 있다. 뉴시스]



한겨레를 들추다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며칠전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씨의 막내딸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글이 신문에 실려있었다.


‘물대포’에 쓰러진 아버지에게 딸이 눈물로 보내는 편지 [기사보기]


이 글에 무언가를 끄적인다는 것은 정말 사족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나도 현재 외국에서 삶을 살고 있는 입장에서 뭐랄까 더 깊은 동질감이 느껴졌다. 외국에 살고 있는 자식들의 비애라고나 할까? 


하여간, 이런 저런 상념에 눈물을 흘리다 이렇게 몇자 끄적여 본다. 부디 훌훌 털고 일어나셔서 막내딸과 얼굴을 마주하셨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간절한 기도를 드려본다.


이하는 백민주화씨 18일 페이스북 편지 전문 마지막 편지


아빠. 이제 이틀 남았어. 


아빠가 건강할 땐 맨날 보고싶진 않았거든? 근데 지금은 한 시간에 한번 씩 보고싶다. 원래 막내 딸들이 이렇게 못났지. 에휴. 


오늘은 좀 덜 울었어. 아빠 똑 닮아서 넙대대 하자나. 거기에 떠블호빵마냥 부었었거든? 아빠가 나 못 알아 볼까봐 오늘은 참았지 좀. 


그거 기억나? 애기 때부터 우리한테 이유없이 징징 대지말라구 호랑이 눈 뜨고 어허!! 했었잖아ㅎ 


그래 놓구선 막내 딸 다 크니 전화하면 아빠가 먼저 훌쩍거려서 언니가 우리 둘이 똑같이 울보라고 놀리잖아 지금도.ㅋ 


얼른 일어나서 내가 며칠 간 쏟은 눈물 물어내 아빠.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반칙이지 반칙. 


지오한테 할아버지 일어나세요! 이거 열번 연습시켰는데 완전 잘해. 아빠 손자라 똑 부러져 아주 그냥. 지오가 할아버지랑 장구치고 춤 출거라는데 안 일어날 수 없을걸. 세상 전부를 줘도 안 바꿀 딸이라고 이십 년 넘게 말하더니 그말 이제 손자한테 밖에 안하잖아!!!!ㅎ 


도착 하자마자 달려갈게. 거칠지만 따뜻한 손 하나는 딸이 하나는 손자가 꼬옥 잡아줄게. 


춥고 많이 아팠지? 아빠 심장에 기대서 무섭고 차가운 기계들 말고 우리 체온 전달해 줄게. 


오늘도 하루도 평온하길...사랑해요. 


*응원해주시는 한분 한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6일 페이스북 편지 전문 


나는 삼십 년간 진행중인 아빠 딸이니 내가 잘 알아. 


아빠는 세상의 영웅이고픈 사람이 아니야.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지. 


근데 아빠..왜 저렇게 다쳐서 차갑게 누워있어? 시민이자 농민으로서 해야할 일을 한건데 왜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피까지 흘리며 누워있어? 뭘 잘못 한건지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누가 그랬어?


수많은 사진들 다 뚫고 들어가서 안아주고 싶고 피도 내 손으로 닦아주고싶어 미치겠어... 


핸드폰 액정속에 있는 아빠 얼굴 비비며 훌쩍이며 한국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가 십년같아. 기도 소리 들려? 절대 놓으면 안돼. 정말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고 있어. 


아빠 이제 진짜 영웅이 될 때야. 지오랑 장구치며 춤추고 잡기놀이 하던 우리 가족의 영웅. 눈 번쩍 떠서 다시 제자리로 꼭 돌아와줘. 꼭. 


사랑하고 많이 보고싶어. 


ㅡ막내딸 지오애미



덧) 나이들어 멀리 있으면 불효라고 했는데, 이럴때는 참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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