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회찬 의원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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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마치 한장의 사진처럼 머리속에 남겨진 풍경이 있다. 햇살이 내리쬐는 한적한 주말 아침, 한 조용한 길거리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에 책을 읽으며 간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여기까진, 한가롭고 좋았는데,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서거하셨다는 것이다. 모든게 거짓말 같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머리속에 한장의 사진처럼 남아있다. 



그 잊지못할 기억이 새삼 다시 현실이 되버린 아침이였다. 사실이 아닌 오보기를 바라는 마음만이 간절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한가닥 소망은 슬픔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본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지닌 분. 너무 엄격해서 였을까? 스스로 양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신 분에게 “그래도 살아계셨어야”라고 잠시 되뇌어 보지만,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그 안타까운 마음도 접어진다. 




쭉정이들이 가득한 정치판에 몇 안되는 알곡같은 분을 잃었다. 온갖 잡다한 부정과 부패를 저지른 것들은 저리도 당당하게 숨을 쉬며, 오들도 자기는 당당하다면서 자기들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왜 극단적인 결정을 하셨을까? 자꾸 안타까움이 밀려들며 당당한 것들이 아무일 없음에 욕지거리가 치민다.  


문득, 고 노무현 대통령 빈소에 걸려있던 “나는 개새끼입니다”라는 글이 떠올랐다. 


당신이 생을 놓아버릴 아픈 결심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새벽까지 술에 취해 낄낄 대고 있었습니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당신이 책을 읽을 수도 없을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나는 어줍지 않은 책을 쓴다며 당신을 잊었습니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당신이 검찰에게 치욕적인 수모를 당하고 있을 때
나는 검찰 욕 몇 마디 하는 것이 끝이었습니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당신이 가족과 동지들의 고초를 걱정하고 있을 때
나는 최희섭의 삼진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당신이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유서를 쓰고 있을 때
나는 늘어진 주말 늦잠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개새끼가 웁니다
마치 사람 새끼인 것처럼 눈물 뚝뚝 흘리며 웁니다
미안해 하지 마라는 당신의 말씀에 그냥 엉엉 웁니다
개새끼는 당신의 마지막 부탁까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덧1) 오늘 저녁에 이곳에서도 하룻밤 만의 빈소가 마련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가는길 평안하시라는 인사나 드리고 와야겠다.


덧2)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녀왔다. 방명록에 몇자 끄적이고, 국화 한송이를 앞에 놓고 나니 문득 서러움이 밀려왔다. 추책없이 눈물이 흐를것 같아, 빈소를 지키는 분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급하게 돌아서서 나왔다. 부디 그곳에선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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