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막내 고모가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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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시기전 병원에서 보내주신 마지막 모습]

1. 막내고모... 내 어렸을 적 기억속에 고모는 켈로그 콘푸레이크 TV 광고도 하셨고, 잘은 모르지만 TV 드라마에 나오셨던 분이라고 아버지께 전해 들었다. 아버지 바로 아래 동생으로 아버지와 친하셨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내던 고모셨는데, 내가 시드니에 와있던 초기에 한국에서 고모부와 이런 저런 문제로 이별을 하시고, 미국으로 건너가셨다고 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새로운 분과 결혼을 하시고 가정을 꾸미셨다는 소식까지는 들었지만, 전혀 뵙지도 못했고 (죄송하게) 목소리도 듣지 못했었다. 기억속에 내 고모 한 분이 미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고 계신다는 정도의 무게로 남아있었다.  

2. 어제 갑자기 아버지께서 전화번호를 하나 건내  주시면서 통화가 가능하냐고 물으셨다. 그 번호로 자꾸 전화가 오는데 영어만 나오고 미국인 것 같은데 막내 고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번호는 미국의 New Jersy 번호였고, 시간을 헤아려보니 아직 미국이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닌 것 같아 무작정 전화를 했다.

3.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남성분의 목소리. 미국에서 막내 고모와 결혼하신 생소한 고모부였다. 난 시드니에 살고 있는 조카라고 이야기를 하고, 한국에 가족분들이 걱정을 하신다고 무슨 일이 있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막내 고모가 최근에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으셨는데 가망이 없다고 하신다. 짧으면 2~3일, 길면 2주정도의 삶이 남으셨는데 가족들이 오고 갈수 없으니 목소리라도 듣고, 영상 통화라도 하고 싶다고 하셨단다.

4. 그렇게 아버지께 말씀을 드리고, New Jersy에서 고모부가 병원에 가시는 시간에 맞춰서 한국에서 전화를 드리면 된다고 전해 드렸다. 수화기 넘어로 들리는 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운전을 하는 동안, 한국에서 New Jersy까지 비행기 편이 어떻게 되고, 가격은 얼마인지 알아보면서 아버지를 막내 고모가 돌아가시기전에 뵙게 해드리고 싶었다.

5. 그런 분주한 아침이 지나고 있었는데, 핸드폰으로 위에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예쁜 고모였는데, 할머니가 되셨구나 생각이 들었고, 아버지께 카톡으로 보내 드리면서 막내 고모 모습이 생전에 할머니 모습과 꼭 닮았다고 말씀드렸다. 항상 내 편이셨던 할머니.. 아버지가 미안해 하실까봐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편을 알아보고 있다고는 일부러 말씀드리지 않았다.

6. 그후 한시간쯤 흘렀을때, 우시면서 전화하시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전화를 넘어 들렸다. New Jersy시간 내일 오전에 영상 통화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금전에 삶을 마감하셨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전화번호가 아버지인 것을 알려줄 뿐, 도저히 아버지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우시고 계셨다. 막내 고모는 가족들과 연락이 되었다는 안도감이셨을까? 아니면 마지막 모습을 전하셔서 마음의 짐을 내려 놓으셨던 걸까? 너무 빨리 가셨다. 인제 막 다시 연락을 시작했는데....... 

7.  고모, 미안해요. 서로 한국에서 살아갈 때는 잘 해 주셨었는데, 멀리 산다는 이유로 전화도 못 드렸었네요. 고모, 아프지 말고, 그곳에선 편안하게 지내세요. 

 

덧) 누군가 돌아가시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아버지 임종은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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