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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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집 거실 앞에 있는 베란다, 자세히 보면 가장 앞쪽의 기둥에 벌집이 보인다 -


우리집 거실 앞으로 작은 베란다가 있다. 
정북향집의 앞에 자리하고 있는 베란다라 한낮의 햇살과 저녁별을 보기에 안성마춤인 곳이다.
지난 여름, 이곳 날씨답지 않게 이상기후로 한국의 장마철처럼 여러날 비가 내렸다.
그때, 세마리의 벌이 우리집앞 베란다 기둥에 잠시 앉아 젖은 날개를 말리며 쉬는 듯 싶더니,
어느새 그곳에다가 작은 집을 짓기 시작했다.
 

     - 이미 벌집이 커져있다 -

어느날 아침, 학교로 향하는 나를 배웅한다고 베란다에서 인사를 하던 큰 녀석이 결국 벌에 쏘였다. 그날 저녁, 난 아주 작은 그들의 집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라고 말을 걸며 떼어내었다.
너희때문에 우리 큰아이가 아파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비가 계속 내리자, 갈곳이 없었는지 다시 그곳에 집을 짓기 시작했고, 집사람의 걱정속에서 다시 한번 이사를 가라고 힘없는 작은 집을 떼어버렸다.

그러나, 지리하게 내리는 빗속에서 그들은 떠나지 못했고, 나는 집사람의 걱정어린 마음을 "제네들도 가소 싶지만, 비가와서 못 날라 갈꺼야. 우리가 조금만 양보하자"며 다독이고,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비가 그치고, 날이 좋아지면 이사를 해야해. 그리고 여기 사는 동안, 우린 같이 살아가는 거니깐, 우리 아이들을 쏘지 말아죠"라고.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협정을 맺고 나는 벌집 사건을 잊고 지냈는데, 요며칠 해가 쨍쨍한 날, 집사람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베란다의 벌집이 너무 커지고, 벌들도 많이 늘었다고.
아이들이 무서워서, 베란다쪽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나가서 살펴보니, 처음에는 세마리에 새끼손가락 한마디 만하던 벌집이 지금은 어린 아리 주먹만하게 커졌다. 개체의 수도 많이 늘어있었다. 이젠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저들에게 미안함이 앞서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 지금은 오늘 아침에 보니 더 커져버렸다. 벌도 많아지고 -

집사람은 친구에게 들었다고, 어떤 약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제거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저들도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고, 나와의 인연을 가지고 우리 집까지 왔을텐데, 차마 한번에 저들 모두의 생명을 앗을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국 고민거리가 늘었다. 우리집 식구들도 행복하고, 저들도 행복하게 문제를 해결 할수 있는 방안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떠오르지 않는다.


별 쓸대없는 걱정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남의 생명을 빼앗거나, 남의 보금자리를 탈취하는 일이 나에게는 보기보단 큰 짐이다. 사람이건, 짐승이건, 곤충이건....


 
  1. 나도 참.... 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벌의 입장에서 보면 날벼락이 아닐까?

         2. 지금은 생각끝에 어디서 잠자리채 비슷한 것을 가지고 와서 떼어낸후 살며시 인근 숲에 놓아주는  
            방법을 구상중이다. 우리 아이들도 제네들도 같이 살아야 하니.... ^___^ 

         3. 아무튼, 빨리 손을 보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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