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 불우한 천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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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파리는 냄새로 가득 찬 도시였다. 하수도가 없었고, 강은 오물로 넘쳤으며, 사람들은 향수로 그것을 덮었다. 쥐스킨트는 바로 그 시대를 배경으로, 냄새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한 인간을 창조한다.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생선 시장의 내장 더미 위에서 태어나,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존재.

그는 천재였다. 인간의 후각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냄새까지 포착하고, 그것을 기억 속에 완벽하게 저장하는 능력. 그러나 그 천재성은 세상이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존재하지 않았다. 음악이라면 악보가 있고, 수학이라면 증명이 있다. 하지만 냄새는 — 그것을 타인과 나눌 방법이 없다. 그르누이의 재능은 철저히 혼자였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가 저지르는 일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천재성과 사회 사이의 그 간극 — 세상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사람이 결국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쥐스킨트는 냉정하게 끝까지 따라간다. 그르누이는 괴물이 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세상이 받아들일 그릇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동굴 속에서 7년을 혼자 지낸 장면이 오래 남았다. 그는 그곳에서 기억 속 냄새들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완벽했다. 그리고 공허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완벽한 내면의 세계도, 그것을 인정해줄 타인 없이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가 처형장에서 군중을 황홀경에 빠뜨리고도 기쁘지 않았던 이유다. 사랑받은 것이 아니라, 향기에 조종당한 것이니까.

마지막 장면 — 스스로에게 향수 전체를 붓고 군중에게 소멸되는 것 — 을 나는 자살로 읽었다. 세상에 단 한 번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존재의, 가장 극단적인 방식의 퇴장. 불우한 천재의 이야기를 쥐스킨트는 끝내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소설이 불편하면서도 정직한 이유다.

후배가 권해준 책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불우한 천재의 그림자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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