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가격표 앞에서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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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은 내려가는데, 물가는 왜 그대로일까

 

요즘 부쩍 시드니의 기름값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오늘도 길을 지나며 주유소 가격표를 바라보았다. E10 기준 리터당 163.9센트.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2달러를 훌쩍 넘기던 가격을 생각하면 제법 많이 내려온 셈이다. 숫자 하나일 뿐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놓인다. 매일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기름값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생활비의 일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4월, 중동에서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세계는 다시 한번 에너지 위기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중요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했다.

시드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유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고, 운송비가 상승하면서 자재값도 올랐다. 건축 자재는 물론 식료품 가격까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들의 일상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 무렵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의 움직임을 전했다. 사람들은 전쟁이 언제 끝날지, 호르무즈 해협은 언제 정상화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어느새 내 지갑과 생활비에 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두 달이 넘었다.

최근에는 조금씩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국제 유가도 전쟁 초기의 급등세에서 상당 부분 안정을 찾았고, 시드니의 주유소 가격 역시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기름값이 오를 때는 모든 것이 함께 올랐다.

운송비가 올랐고, 자재값이 올랐고, 식료품 가격이 올랐고, 생활비가 올랐다. 그때는 모두가 말했다. "기름값이 올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름값이 내려가기 시작한 지금은 어떨까.

한 번 오른 가격들은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건비도 있고 운영비도 있으며, 한번 바뀐 가격 구조를 다시 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씁쓸한 생각이 남는다.

오르는 것은 참 쉽다. 그런데 내려가는 것은 참 어렵다.

오늘 주유소 가격표를 바라보며 문득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의 어려움도 함께 기억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안정되고, 물가가 제자리를 찾고,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가벼워지는 일.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평범한 행복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순간,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https://youtu.be/mURLSSlLM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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