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인연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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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일이 잦아진다.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얼마 전, 동네에서 편하게 지내는 형님에게서 문자 하나와 함께 동영상이 도착했다. 짧은 문장이었다.

"이제는 고독을 되돌아볼 때야."

영상의 내용은 이런 이야기였다.

한때는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많을수록 인맥이 넓다고 했고, 그것이 곧 능력인 것처럼 이야기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많은 연락처 가운데, 부담 없이 전화를 걸 수 있고 편안하게 만나 차 한잔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가 진짜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영상은 많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영상을 보며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

누군가의 핸드폰에도 내 이름이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그 연락처를 바라보며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문득 그 생각이 오래 머물렀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화학 수업이 끝난 어느 날, 한 친구가 내게 조용히 메모 한 장을 건네주었다. 화장지에 적어 내려간 짧은 글이었다.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하는 네 모습이 싫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친구를 그만하자는 이야기였다. 물론 지금까지 간간히 한국에 들어가면 꼭 만나는 친구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때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메모는 내게 큰 선물이 되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함께 오래 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인연 앞에서는 더욱 신중하려 했다. 혼자 있을 때의 나 또한 흐트러지지 않으려 애썼다. 완벽하게 살아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려는 마음만큼은 놓지 않으려 했다. 내가 생각하는 신독도 그런 삶이었다.

물론 핸드폰 속에 진실한 친구가 몇 명인지가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과 스쳐 지나가는 관계보다,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몇 사람을 소중히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나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돌아가신 법정 스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인연으로 받는 상처는 진실하지 못한 사람에게 진실함을 쏟은 대가이다."

나이가 들수록 진실한 사람을 알아보는 눈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삶이 먼저 진실한 것이 아닐까.

언젠가 누군가가 내 이름을 떠올렸을 때, 부담보다 편안함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나도 그런 인연으로 남아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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