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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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무릎에 문제가 조금 생겨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들렀다.

작은 동네에 함께 살아가는 분이라 담당 물리치료사이자 주치의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이웃이기도 하다. 치료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내가 엔지니어인 것을 알고 계셔서인지 대뜸 이런 질문을 하셨다.

"요즘 AI가 대세잖아요. 박사님은 뭐 쓰세요?"

알고 보니 본인도 유료로 ChatGPT를 사용하고 계셨다. 특별한 불만 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데, 환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Claude가 더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셨다.

사실 이런 질문이 가장 난감하다.

내가 개발자도 아니고, 두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 분석해 본 사람도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이게 더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 동네 박사가 그러는데 이게 좋대."라는 말로 전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씀드렸다.

"반찬이 서른 가지 나오는 식당에 가셨다고 생각해 보세요. ChatGPT는 반찬 서른 가지를 식탁 위에 모두 차려주는 곳이라면, Claude는 그 가운데 제가 좋아할 만한 반찬을 제 앞으로 조금 더 가져다주는 정도가 아닐까요. 반찬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덧붙였다.

"어떤 AI를 쓰시든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꾸준히 사용하면서 피드백을 주고, 나에게 맞게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병원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 문득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정보가 부족한 시대였다. 책 한 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누군가의 경험을 듣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유튜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AI는 몇 초 만에 원하는 답을 정리해 준다. 어떤 여행지가 좋은지, 어떤 정치인이 맞는지, 어떤 투자가 좋은지, 어떤 AI가 더 좋은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정보를 만나며 살아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정보들 역시 결국은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려 해도, 그 사람의 시각과 기준이 담길 수밖에 없다. 

그 정보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곧 내 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은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AI는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이고,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그럴수록 더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를 찾는 일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과 시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조금 더 둘러보고,
조금 더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어쩌면 그런 시간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힘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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