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대신 서 줄 수 없는 자리 -고
- 삶을 바라보다/사유의 뜰
- 2026. 7. 24. 04:23

간만에 태권도 경기를 지켜보았다. 손에 땀을 쥐며 승패를 응원하기보다, 오래전 기억들이 먼저 떠올랐다.
3분 3라운드. 길어야 10분 남짓한 경기.
하지만 링 위에 서 있는 선수에게 그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사람들은 화려한 발차기와 빠른 공격, 그리고 점수 차이를 본다.
하지만 운동을 해 본 사람의 눈에는 조금 다른 것이 보인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코치가 마지막 이야기를 마치고 링 밖으로 내려가는 순간.
그때부터는 정말 혼자다.
응원하는 사람도 있고, 코치도 바로 옆에 있지만, 막상 링 안에서는 누구도 대신 싸워줄 수 없다.
그 순간 느껴지는 긴장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큰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실수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연습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짧은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나 역시 한때는 그 링 위에 서 있었다.
다행히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상대가 두려웠던 기억은 많지 않다.
하지만 긴장은 늘 있었다.
경기 직전, 세상에는 나와 상대, 그리고 숨소리만 남아 있는 것 같던 그 순간.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 감각만큼은 아직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링 위에 서게 된다.
사업도 그렇고,
직장도 그렇고,
시험도 그렇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도 그렇다.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결국 마지막 한 걸음은 스스로 내디뎌야 한다.
누구도 대신 링 위에 서 줄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은 외롭다.
하지만 어쩌면 그 외로움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태권도는 발차기만 가르쳐 준 것이 아니었다.
혼자 견디는 법을,
긴장 속에서도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법을,
그리고 결국 삶은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 일찍 가르쳐 주었다.
오늘 경기를 보며 오래된 기억 하나가 다시 살아났다.
시간은 흘렀지만, 어떤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그 기억은,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보면 그 링 위에서 내가 이겨야 했던 상대는, 언제나 내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두려움과 망설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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