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글 - 삶의 기록
- 삶을 바라보다/사유의 뜰
- 2026. 7. 26. 04:20

나이가 들면 사람의 총명함이 조금씩 떨어진다고 했던가.
나도 그런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
분명 운전을 하면서 '이번에는 이 주제로 글을 써봐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되새겼다. 이번에는 꽤 괜찮은 글이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막상 빈 화면 앞에 앉으니, 그 생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하루를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냈기 때문은 아닐까.
머릿속에는 수많은 일들이 오가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끊임없이 쌓인다.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고, 또 다른 생각이 밀려오면서 어느새 소중했던 글감 하나가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내 블로그에는 "하루하루의 기록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된다."는 문장이 남아 있다. 그런데 정작 기록하지 못한 생각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질 때면, 조금은 곤혹스럽기도 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블로그도, 소셜미디어도 없던 시절에는 백지 노트에 떠오르는 단상들을 하나둘 적어 내려가곤 했다. 호주로 이민을 온 지금도 그 노트 몇 권은 여전히 내 곁에 남아 있다.
돌이켜보면 내 기록은 국민학교 1학년, 아니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이 맞겠다. 그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처음 쓴 그림일기는 1979년 10월 27일의 기록이다. 전날 있었던 박정희 대통령 서거 소식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적어 내려간 글이었다. 그때는 그 일기가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늘도 어제 떠올랐던 글은 끝내 기억나지 않았다.
요즘은 삶의 여유를 갖고, 조금 더 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것도 괜찮은 일인지 모르겠다.
잊혀진 글 하나 대신, 오늘은 '잊혀진 글'이라는 또 다른 글이 내 앞에 남았으니 말이다.
'삶을 바라보다 > 사유의 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979년 10월 27일 - 46년 전, 나의 첫 기록 (0) | 2026.07.28 |
|---|---|
| 아직은 내 때가 아닌가 보다 (0) | 2026.07.27 |
| 누구도 대신 서 줄 수 없는 자리 -고 (0) | 2026.07.24 |
| 이제는 이 노래도 보내주려 한다 (0) | 2026.07.23 |
|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0) | 2026.07.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