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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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숍을 운영하는 후배의 글 말미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보석도 사람도,
자신의 시간이 되었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하니까.


며칠 전 나는 친구가 쓴 책에서 오래전에 읽었던 문장을 떠올리며
「아직은 내 때가 아닌가 보다」라는 글을 적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시간.
애써 살아왔지만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듯한 날들.

그럴 때면 아직 나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 라이너 쿤체의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가 떠올랐다.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그 시를 가만히 읽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아직 내 때가 아니어서 빛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피어 있지만, 아직 아무 눈길도 닿지 않은 것일까.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알아보아야 빛난다고 생각한다.
성과가 드러나고, 박수를 받고, 이름이 불릴 때 비로소 자신의 시간이 왔다고 믿는다.

하지만 돌 틈에서 피어난 꽃은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다고 해서 덜 피어난 꽃이 아니다.

어쩌면 빛난다는 것은 세상에 발견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답게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묻게 된다.

나의 때는 언제 오는 것일까.

오십 년을 넘게 살았다.
이쯤이면 삶에 조금은 익숙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삶은 아직도 어렵고,
때로는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세월이 쌓인다고 삶의 답이 쌓이는 것은 아닌가 보다.
오히려 답보다 질문이 많아지고,
확신보다 망설임이 깊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고 했다.

누군가의 눈길이 닿지 않아도,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쩌면 지금의 나 역시
빛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피어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내 때가 오지 않은 것인지,
이미 내 때를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오늘도 내 자리에서 살아가는 일.

그것으로도 꽃은
충분히 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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