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을 지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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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을 먹으러 인근 KFC에 들렀다.

입구 앞에는 수컷으로 보이는 오리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잠시 쉬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자동문이 열려도 오리는 좀처럼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KFC 앞을 지키고 앉아 있는 모습이 우스워 다시 밖으로 나와 사진까지 찍었지만, 오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웃음은 이내 걱정으로 바뀌었다.

혹시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까. 서 있지 못해서 계속 앉아 있는 것은 아닐까.

도움을 받을 만한 곳에 연락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순간, 자동문 안쪽을 서성이는 또 다른 오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암컷으로 보이는 오리였다. 아마 누군가 드나들 때 열린 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가, 사람이 뜸한 시간이어서 문이 다시 열리지 않자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제야 문 앞에 앉아 있던 오리가 왜 그토록 자리를 떠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한 마리는 문 안에 갇혀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마리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한쪽으로 비켜섰다. 암컷 오리가 밖으로 나오자, 문 앞을 지키던 오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두 마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란히 걸어갔다.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상수(相守). / 서로의 곁을 지킨다는 뜻이다.

거창한 약속도 없고, 애타는 몸짓도 없었다. 한 마리가 나오지 못하자 다른 한 마리가 그저 떠나지 않고 기다렸을 뿐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에 남았다.

동물도 이렇게 서로의 곁을 지키며 살아가는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누군가 문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나는 문밖에서 기다려 준 적이 있었던가.
혹은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혼자 먼저 길을 떠난 적은 없었던가.

사랑이나 인연은 어쩌면 대단한 말로 증명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상대가 다시 나올 때까지 조금 더 그 자리에 머물러 주는 일.
그리고 문이 열렸을 때,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길을 떠나는 일.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오리 두 마리에게서 곁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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