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춰 세운 두 단어, Privet Drive
- 삶을 바라보다/사유의 뜰
- 2026. 8. 1. 03:24

언어를 배운다는 것
예전에 영어를 조금 더 잘해보고 싶어 《Harry Potter》가 처음 출간되었을 무렵 영어 원서를 한 권 샀다.
부푼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을 다 읽는 데 얼마나 걸릴까.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내 영어도 조금은 늘어 있지 않을까.
그런데 첫 장의 첫 문장에서부터 막혔다.
Privet Drive.
Privet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Drive가 왜 그곳에 붙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사전을 찾아봐도 문장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그 뒤의 내용은 오히려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지만,
그 두 단어는 목에 걸린 작은 생선가시처럼 계속 남아 있었다.
결국 책은 오래지 않아 손에서 놓였다.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Drive는 단지 ‘운전하다’라는 뜻만 가진 단어가 아니라, 길 이름에도 사용된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고서도 처음에는 조금 억울했다.
길이라면 Street이라고 하면 될 텐데, 도대체 왜 Drive라고 쓴 것일까.
그러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길 이름에는 Street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Road도 있고, Avenue도 있고, Lane도 있고, Court도 있다.
길의 모습과 쓰임, 그곳의 역사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이 붙는다.
사전에서 단어의 뜻을 안다고 해서 그 단어가 살아가는 방식까지 아는 것은 아니었다.
언어는 단어와 문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길을 부르는 방식, 집의 주소를 적는 방식, 하루를 살아가는 습관과 오래된 기억까지
그 안에 함께 들어 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중국어를 조금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도
어릴 때부터 한자를 접하고 동양 고전을 읽어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말을 배우기 전에 이미 그 말이 자라난 문화의 한쪽을 먼저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어젯밤, 집사람을 기다리며 혼자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을 다시 보았다.
화면에 Privet Drive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오래전 나를 책의 첫 문장 앞에 멈춰 세웠던 그 길이었다.
그때는 그 길의 이름을 몰라 책을 덮었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낯선 단어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 속으로
조금씩 걸어 들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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