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만난 논어 #2] 안회는 군자를 살았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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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나는 공자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완성된 성인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세상에 펼치고 싶어 했고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랐던 한 인간으로서의 공자였다.

그런 공자가 가장 아꼈던 제자가 있었다.

바로 **안회(顔回)**다.

『논어』를 읽다 보면 공자가 안회를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안회가 세상을 떠났을 때 공자는 깊이 슬퍼하며 통곡했다. 곁에 있던 제자들이 놀랄 정도였다. 성인이라 불리는 공자였지만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순간만큼은 그 역시 한 사람의 스승이었다.

그렇다면 공자는 왜 그토록 안회를 아꼈던 것일까?

안회는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가난했고, 세상에 내세울 만한 지위나 재산도 없었다.

『논어』에는 그의 삶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대나무 그릇에 담긴 밥 한 그릇과 표주박에 담긴 물 한 바가지. 누추한 골목에서 살아가니 다른 사람이라면 그 근심을 견디기 어려웠을 텐데, 안회는 자신의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공자는 감탄한다.

賢哉 回也

참으로 어질구나, 안회여.

안회가 특별했던 것은 단순히 가난한 삶을 견디어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공자는 안회를 두고 또 이렇게 말했다.

不貳過

같은 잘못을 두 번 반복하지 않는다.

안회는 잘못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을 통해 배우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서 고쳐나가는 사람이었다. 배움을 머릿속에만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십이 넘어 『논어』를 다시 읽으니 한 가지가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공자는 평생 **군자(君子)**를 이야기했다.

『논어』의 첫 장에서도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세상이 알아주느냐 알아주지 않느냐에 자신의 마음을 맡기지 않는 사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

공자가 말한 군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안회의 삶을 바라보면 이상하리만큼 이 가르침과 닮아 있다.

안회는 가난했다. 세상이 크게 알아주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도 않았고, 배움을 포기하지도 않았다.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배우고, 잘못을 고치며, 배운 것을 자신의 삶으로 실천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자가 안회를 가장 사랑했던 이유는, 안회가 자신이 가르쳐온 군자의 모습을 가장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공자는 군자를 설명했다. 하지만 안회는 군자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았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배움을 멈추지 않았으며,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 했다.

스승이 말했던 이상을 제자가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조금 흥미롭다.

세상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던 공자가, 정작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았던 안회를 가장 사랑했다. 어쩌면 공자는 안회의 삶에서 자신이 평생 이야기했던 군자의 모습을 보았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던 모습도 그 안에서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 머물게 된다.

우리는 흔히 무엇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배우고, 많이 읽고, 좋은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 여긴다. 하지만 공자가 안회를 바라보며 감탄했던 것은 그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었느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배운 대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면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옳은 것을 아는 것과 옳게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책에서도 배웠고, 학교에서도 배웠으며, 수많은 경험 속에서도 나름의 삶의 원칙을 만들어왔다. 

무엇이 중요한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의 평가에 너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면 된다는 것도 알고,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아는 것과 살아내는 것은 여전히 다르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으면 마음이 흔들리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오지 않으면 서운해지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내 삶을 평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십이 넘어 다시 만난 안회는 예전과 조금 다르게 보인다.

젊었을 때의 나는 안회를 가난한 환경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훌륭한 제자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읽게 된다. 안회의 위대함은 그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었느냐보다,

자신이 배운 것을 얼마나 온전히 자신의 삶으로 살아냈느냐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공자는 군자를 가르쳤다. 그리고 안회는 그 군자를 살았다.

어쩌면 그래서 공자에게 안회는 단순히 가장 뛰어난 제자가 아니라,
자신이 평생 가르쳐온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삶으로 보여준 가장 소중한 제자였는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mZA2ye_Wv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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