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사람들
- 사유의 뜰/생각이 머문 자리
- 2026. 5. 11. 20:39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주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스스로를 초라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또 누군가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 자체가 별 의미 없었다고 말한다.
신기한 것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게으르게 살아온 사람보다 오히려 더 오래 고민하고,
더 많이 책임지며 살아온 사람들이 스스로를 더 부족하게 평가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아마도 자신에게 기대하는 기준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계속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사람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해내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과
타인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 사이에 꽤 큰 차이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세상을 보면 스스로는 초라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도 하고,
자신은 별것 아닌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지만, 누군가에게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람은 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먼저 보기 때문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자신을 평가할 때는 언제나 잃어버린 것과 모자란 것들 위에서만 계산을 하는 것을 아닐까?
하지만 타인은 의외로 다른 장면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래 참고 견디던 모습이나, 누군가를 배려하던 태도, 힘든 상황에서도 하루를 버텨내던 시간 같은 것들.
정작 본인은 너무 익숙해서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누군가의 눈에는 꽤 괜찮은 사람의 모습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평생 사회의 평가와 싸우는 것 같지만,
실은 자기 안의 평가와 더 오래 싸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어도 마음이 공허한 사람이 있고,
특별한 성취가 없어도 스스로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결국 사람을 가장 지치게 만드는 것은 세상이 매긴 점수보다 스스로에게 내리는 판결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문제는 그 판결이 생각보다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냉정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실패는 오래 기억하고, 자신의 장점은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잘한 일 하나보다 부족했던 장면 하나를 더 오래 붙들고 살아간다. 그래서 삶은 점점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시간이 되어버린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인정받아야 하고,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사람은 스스로를 쉬게 두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살아가는 일이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이 무가치 하지는 않은가 하는 끝없는 자기 검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큰 성공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존감이라는 말은 흔해졌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점점 더 드물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모두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마음속에서는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과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며 돌아보면, 나 역시 그렇다.
가끔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먼저 떠오르고, 애써 해온 일들보다 지금 부족한 것들이 더 크게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면 생각보다 인색한 평가를 내릴 때가 많다고 본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나 자신을 그렇게 부족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에도,
누군가의 눈에는 그래도 어쩌면 열심히 살아온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하루를 버텨내고, 책임을 감당하며 살아온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난 지금 내 삶의 내부에서는 흔들리지만 누군가 나를 멀리서 바라보면 생각보다 단단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실제의 자신보다 스스로 만들어낸 부족한 자기 모습과 더 오래 싸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끔은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조금쯤 믿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끝내 발견하지 못한 나의 가치가 이미 누군가에게는 충분한 위로와 의미였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인의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라는 문장이 가슴에 남아 몇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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