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하루 마무리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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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밤에 소변 때문에 자주 잠에서 깨는 일이 생겼다. 좀 더 검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몇 년째 나를 진료해 오신 GP는 현재의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견을 말씀하셨다. 과민성 방광은 자율신경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엔지니어로서 몸에 밴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의사들은 쉽게 말한다. "스트레스가 심하시네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트레스 없이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운동을 하세요. 마음을 편하게 가지세요. 명상을 하세요. 숙면을 취하세요." 누가 그걸 모르겠는가. 맞는 말이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마치 또 하나의 숙제를 받은 기분이 든다.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고, 명상하고, 마음을 비우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루를 잘 시작하는 사람인데, 하루를 잘 끝내는 사람일까.

언젠가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기도를 하고, 몸을 조금 움직인 뒤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의 첫 페이지는 늘 같은 방식으로 열린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달랐다. 몸은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고,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을 걱정하고, 내일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생각하다가, 그런 생각들을 잊어보려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잠이 들곤 했다. 쉬기 위해 누웠지만 마음은 쉬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과민성 방광에 대해 공부하면서 자율신경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운동과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음도 함께 쉬게 하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만의 작은 밤 루틴을 하나 만들어 보기로 했다.

거창한 수행도 아니고 특별한 명상도 아니다. 그저 잠들기 전, 다른 준비 없이 편안히 침대에 누워 하루를 조용히 내려놓는 시간이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조금씩 내려놓고, 자율신경도 함께 쉬게 해주고 싶었다.


나의 밤 루틴

  1. 불을 끄고 침대에 편안히 눕는다.
  2. 누운 상태에서 단전으로 천천히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열 번 정도 반복한다.
  3. 발끝부터 머리까지 천천히 살펴보며 몸의 힘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발, 다리, 허리, 등, 손, 팔, 가슴, 목, 얼굴….
  4. 온몸이 조금씩 침대에 맡겨지는 느낌이 들면 오늘 하루를 조용히 떠올린다.
  5. 오늘 감사했던 일 세 가지를 생각해 본다.
  6.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나 자신에게 조용히 말해 준다. "오늘도 수고했다"
  7. 부처님께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갈 수 있었음에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8. 기도를 마친 뒤에는 한 문장을 마음속으로 천천히 말한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한마디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오늘의 일을 끝내는 선언이기도 하고, 해결하지 못한 걱정을 내일로 미루는 허락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이제는 쉬어도 된다고 말해 주는 따뜻한 인사이기도 하다. 오늘을 마무리하는 주문인 것이다. 오늘을 붙잡은 채 잠드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잘 내려놓고 잠드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루틴이다. 오늘 밤이 첫날이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부터는 잠들기 전,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주려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그 말 한마디와 함께 오늘이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조용히 덮고, 내일의 새로운 첫 장을 기다리려 한다. 하루하루가 모이면 인생이 된다. 그리고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습관이 모이면 삶의 결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https://youtu.be/_uA1rlZEc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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