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오래 남는다. - 유취만년
- 사유의 뜰/생각이 머문 자리
- 2026. 5. 27. 17:36

주위를 돌아보면 가끔 그런 분들이 계신다.
크게 앞에 나서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여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분들 말이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그렇다. 세상은 원래 빛나는 것, 큰 소리를 내는 것, 눈에 잘 띄는 것들을 먼저 바라보니까. 그래서 그런 분들은 마치 벼랑 한켠에 조용히 핀 꽃처럼 지나치기 쉽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사람들은 그분의 이름을 말할 때 조금 달라진다. 말끝이 부드러워지고, 눈빛이 조금 따뜻해진다. 누군가는 도움받았던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린다. 특별한 일을 했다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곁에 있어 주었던 기억, 따뜻한 말 한마디, 조용히 보여준 삶의 태도 같은 것들이다.
향기란 것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꽃은 스스로 향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바람이 그것을 대신 전해줄 뿐이다.
어느새 나도 머리에 흰빛이 하나둘 늘어간다. 거울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한 흔적 하나쯤 남기며 살아가고 있을까.
살다 보면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한 적도 많았고,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바라본 적도 많았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며 예전과는 다른 생각이 든다.
이제는 크고 화려한 꽃보다, 깊은 곳에 조용히 피어 향기를 남기는 꽃이 더 좋아진다. 나도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굳이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말보다 삶으로 남는 사람. 떠난 자리에서 누군가가 문득 미소 지으며 기억해주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조용히 말해주면 좋겠다.
"저곳에 좋은 꽃 하나 피어 있었구나."
深谷無聲久
行人記其香
깊은 골짜기는 오래 말이 없으나
사람들은 그 향기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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