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지 말자
- 살아가는 이야기/세상을 향한 생각
- 2026. 6. 21. 18:30

평소 나는 사람들에게 "일희일비하지 말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좋은 일이 있다고 너무 들뜨지 말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겼다고 너무 낙심하지도 말자는 뜻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길게 흘러가고, 지금의 결과가 마지막 결과인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겪으면서 정작 나는 그 말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특히 서울시장과 대구시장 선거, 그리고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보며 적잖은 실망을 했다. 6월 3일 이후에는 매일같이 챙겨보던 정치·시사 유튜브도 거의 끊다시피 했다. 더 실망스러웠던 것은 선거 결과보다도 그 과정이었다. 정치 평론을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대부분 빗나갔고, 확신에 찬 예측은 현실과 너무 달랐다.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이 사람들이 전문가가 맞는 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정치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도 일희일비하고 있었구나.'
돌이켜 보면 세상은 언제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다.
청계천 복원 사업이 처음 추진될 때만 해도 나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복개도로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주변 상인들의 생계 문제와 충분하지 못한 보상, 강제 철거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그 상처가 더 크게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청계천은 어떠한가. 서울 시민들의 쉼터가 되었고, 세계 여러 나라 관광객들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다.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또 다른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 것이다.
버스카드 역시 비슷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개편은 당시 서울시장의 개인적인 정치적 욕망때문에 매우 빠르게 추진되었고 초기에는 시스템 오류와 혼란이 적지 않았다. 많은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대한민국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의 통합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 당시의 불완전함만 보고 평가했다면 지금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나는 대한민국이 정말 크게 흔들릴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예상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특히 검찰 출신의 대통령이 검찰을 사조직처럼 사용한 정황들이 보여 검찰 조직을 둘러싼 개혁 역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좋든 싫든, 역사는 언제나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 결과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려고 한다. 지금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처럼 보여도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우려하는 정치인들이 스스로 한계를 드러낼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정치적 변화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것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미래다.
정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마라톤이다. 우리는 종종 오늘의 승패를 역사의 결론처럼 받아들이지만, 역사는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도 승자라는 보장은 없고, 오늘의 패배가 영원한 패배가 되는 경우도 드물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나 역시 아직은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말해 본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하루의 뉴스가 아니라 시간이고, 역사를 만드는 것은 한 번의 선거가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이다. 그러니 조금 더 길게 바라보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말해 본다.
그래, 일희일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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