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01 전자공학과에서 공업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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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전자공학과에서 공업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내가 마주해온 ‘공업수학’ 문제의 핵심은 ‘공업수학’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수학은 본래 하나의 **도구(TOOL)**여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전자공학과에서 가르치는 공업수학이 전자공학을 알지 못하는 수학자적인 시선으로 설명되고 있다는 데 있다고 본다.

전자공학과에 진학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은 나름의 기대와 각오를 안고 대학의 문을 들어섰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벗어나 하고 싶었던 전자공학이라는 학문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걷거나 연구의 세계에 남아 깊이를 더해가겠다는 열정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대학 1학년에서 처음 마주하는 ‘공업수학’은 그 다짐을 의외로 쉽게 흔들어 놓는다. 이 현상은 특정 국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여러 대학의 전자공학과에서도 공업수학은 여전히 많은 학생들에게 넘기 어려운 첫 번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전자공학과에서 가르치는 공업수학을 대부분 수학과 출신의 강사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관점에 있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한 장면이 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공업수학 강의 중 강단에 서 있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자공학은 잘 모르지만, 수식으로 보면 너희가 하는 일은 모두 이해할 수 있다.”


그 말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악의가 담긴 말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문장은 전자공학을 공부하던 학생의 입장에서는 묘한 거리감을 남겼다.

그 이후, 공업수학은 전자공학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수식을 그저 풀고 외워야 하는 과목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수식은 남았지만 맥락은 사라졌고, 이해보다는 암기가 앞섰다. 결국, 공업수학은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 ‘의미를 알 수 없는 암기 과목’이 되었고, 많은 전자공학도들이 그로부터 멀어졌을 것이다. 나 역시 그 과정을 그대로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살아가는 입장에서 이 상황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전자공학도에게 공업수학은 결코 부차적인 학문이 아니다. 그것은 오실로스코프나 멀티미터처럼, 전자공학자가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중요한 도구다. 

문제는 수식을 수학적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전자공학을 하는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그 수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느냐에 있다. 그러나, 공업수학이 수학자의 시선으로만 설명될 때, 학생들은 왜 이 수식을 배우는지 알지 못한 채 계산법만을 익히게 된다. 그 결과, 공업수학은 공학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암기 과목으로 전락해버린다.

이 글은 공업수학을 다시 가르치려는 시도가 아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해온 한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자공학자의 입장에서 공업수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하며, 왜 이 도구가 중요한지를 차분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과거에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가 후학들에게 불필요한 좌절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능한 한 실용적으로, 그리고 전자공학에 꼭 필요한 부분만을 다룰 생각이다.

이 글이 공업수학을 다시 펼쳐보게 하고, 전자공학에 사용되는 수식들을 의미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은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LjxnVTR8q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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