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쓰려지셨었다....
- 살아가는 이야기/끄적끄적
- 2024. 9. 10. 17:40
결론) 지금 어머니는 누구보다 건강하시다. 물론, 가지고 계신 지병은 아직 남아있지만 말이다.
8월 6일 아침.. 집사람은 새벽에 일찍 근무하러 나가는 날이였다. 나는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가라고 깨우고 주섬주섬 학교가는 것을 챙겨주고 업무를 보러 나갈 예정이였던 아주 평범한 날이였다.
1.
7시 30분에 아이들을 깨우고 엄마방으로 가보았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셨지만 요즘 감기가 걸리셔서 오늘 병원을 오전에 간병인과 같이 가시라고 예약을 해두었다. 그래서, 병원이 10시에 예약되어 있으니 늦지말게 가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출근을 한다고 인사하려고 방을 들렸다. 엄마는 당신 침대 끝자락 바닥에 엎드려 계셨다. "엄마, 늦지말고 꼭 병원에 다녀오세요"라고 했더니, "알았다"라고 하셨다. 다시 아이들 방으로 가서 빨리 일어나라고 채근하고 가라지로 내려가려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엄마방으로 갔다. 아까와 같은 자세로 엎드려 계셨었는데, 좀 자세가 평소와 달랐다. (가끔 엄마는 바닥에 엎드려 계시기에 거기에 작은 이불도 깔아둔 곳이다) 그래서 다시 엄마에게 말을 걸었는데, 무슨 말을 해도 "응" 이라고만 답을 하시는 것이였다. 1~2분 정도 뭘 물어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000로 전화를 걸어서 앰블런스를 불렀다.
2.
병원과 집과의 거리는 겨우 5분.. 8시 40분도 되지 않아서 응급실에 도착을 했다. 엄마는 영어가 되지 않기에 응급실이지만 통역이란 명분으로 같이 병실에 들어갔다. 눈은 뜨고 계셨는데, 고개를 계속 좌우로 돌리고 계셨고, 모든 질문에 "응"이라는 답만 하셨다. 의사들과 간호원이 모여들었고 삽시간에 가녀린 엄마의 양쪽 팔에는 7~8개 정도의 약물이 투여되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검사를 계속했고, 나에게 어떤 지병을 가지고 계신지, 무슨 약을 드시고 있는지, 어떤 일을 거쳐서 응급실까지 왔는지 물었다. 다행이 많은 정보를 내가 알고 있었기에 (평소에 정기적으로 복용하시는 약을 내가 사다드리기에 무슨 약을 얼마나 드시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제공되는 정보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응급실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4시간쯤 흘렀을까? 엄마는 중환자실로 옮겨가셨다.
3.
중환자실은 내가 따라 들어갈 수 없었다. 밖에서 2시간 좀 안되게 기다렸다. 정말 시간이 엄청나게 길게만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중환자실 책임의사가 나와서 면담을 하자고 했다. 아직도 그녀가 하는 말은 잊을수가 없다.
- 우리는 아직 엄마가 쓰러지 원인을 모른다.
- 현재 맥박이 80이하고 떨어지려고 하고 있고, 체온이 20도정도이다. 그리고, 산소마스크 없이는 호흡이 불가하다.
- 강제로 더운 바람을 불어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있다.
- 체온이 낮으니 너의 엄마의 뇌가 천천히 기능을 정지하고 있다. 모든 불수의근이 반응을 하지 않는다.
- 결론적으로 너의 엄마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중이다.
- 한국인 인것 같은데, 빨리 한국에 연락해서 임종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 하지만, 의사로써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는 않겠다. 교과서 있는 것처럼 하나씩 해서 최선을 다해보겠다.
4.
진짜 청천벽력이였다. 무슨 말을 누구에게 해야할 지 몰라서 주저하다가, 일을 하고 있는 집사람에게 카톡을 보내고, 한국에 계신 두분의 이모님들께도 카톡으로 소식을 전했다. 다시 그 의사가 나와서 중환자실로 안내를 했다. 엄마는 아까보다 더 많은 장비를 몸에 달고 계셨었다. 의사가 투석을 하고 싶다고 한다. 엄마 몸에 있는 모든 피를 천천히 꺼내서 좋은 기운이던 나쁜 기운이던 모두 투석을 하고 다시 돌려넣는 것을 하고 싶은데 동의하면 싸인을 하라고 했다. 투석에 동의하고 엄마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니, 뽑은 피를 투석하고 다시 몸에 돌려주기 전에 38도 정도로 따뜻하게 데우는 것이였다. (하던 일이 전자공학이라 기계를 보면 본의아니게 유심히 분석하고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의사를 불러서 물어보니 그렇다는 것이였다. 몇시인지 모르겠지만 2~3시간은 훌쩍 넘어간 것 같았다.
5.
드라마를 거의 보지는 않지만, 정말 자연스럽게 그렇게 누워있는 엄마의 차가운 손을 잡고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입밖으로 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한 소리까지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7시쯤 되었을까? 집사람이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집으로 와서 저녁도 먹였다고 하면서 병원으로 찾아왔다. 기계와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뵙고는 날 토닥인다. 그러면서 나도 밥을 좀 먹어야 하지 않냐고 하면서, 자기가 있을테니 다녀오라고 한다. 그 소리에 "엄마 나 밥먹고 올께" 했더니 "응"이라고 했다.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지만 좀 느낌이 달랐다. 다시 "엄마 내 목소리가 들리면 눈을 한번만 깜빡여봐" 했더니 눈을 깜빡이신다. 반가운 마음은 들었지만 다시 "엄마 누구나 눈은 한번은 껌뻑이니, 두번을 연달아서 해줘봐" 했더니 눈을 연달아 2번 깜빡이신다. 집사람이 간호원을 불렀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영어는 이해를 못하시니 한국어로 이런저런 간단한 동작을 요구했고, 거의 다 하셨다. 심박수는 106정도였고, 체온은 37.5도였다.
6.
그 이후엔 투석이 다음날 오전에 완료되었고, 보다 정밀하게 문자그대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검진을 했고, 원인도 알아냈다. 일주일쯤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일반실로 내려오셨고,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난 8월 19일, 병원에 가신지 딱 2주일만에 건강하신 모습으로 퇴원을 하셨다. 그리고, 3주쯤 지난 지금은 입원하시 전보다 건강해지셨고, (그사이 2번정도 의사를 보고 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진을 받으신 덕분에 원래 가지고 계시던 당뇨와 고혈합외엔 아무런 문제가 없으시다는 진단도 받으셨다. 그렇게 몰아치는 한 달이 지났다.
덧) 아름아름 소식을 듣고 걱정과 격려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한국에 가면 친구들과 꼭 한잔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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