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된 것들
- 살아가는 이야기/끄적끄적
- 2025. 3. 14. 06:10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훌쩍 커버렸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어린 아들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아버지와의 많지 않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들이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던 때가 있었다. 처음 교복을 입고 등교하던 날, 나는 겉으로는 담담한 척 축하해 주었지만, 사실은 세상에 자랑하고 싶을 만큼 기뻤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교복을 입고 첫 등교를 하던 나를 무심히 바라보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과 단둘이 마주 앉아 술 한잔을 기울이던 날, "첫 추억이니 사진이나 찍자." 무심하게 사진 한 장을 찍었지만, 사실은 어느덧 나와 술자리를 함께해 주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오래전 허름한 술집에서 아버지와 처음 단둘이 소주잔을 마주치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사귀는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다며 함께 저녁을 먹자는 제안을 했다. 흔쾌히 약속을 잡고, 시드니의 어느 식당에서 마주 앉아 즐겁게 저녁을 함께하던 그날, 나는 문득 오래전 아버지께 처음 집사람을 소개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들이 성장하며 보여주는 모습 속에서 나는 나의 젊은 날을 본다. 그리고 그때의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때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셨을까? 이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40년대생이신 아버지와 70년대생인 나는—아마 많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그러했듯—남자라는 이유로 서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다. 표현이 서툴렀고, 거리는 조금씩 멀어졌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조금 더 대화하고, 조금 더 표현하고, 한 번 더 안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렇게 아직도 많이 서툴다.
어쩌면 이런 서툴음은 세대를 넘어 대물림되는지도 모르겠다.아버지께 하지 못한 표현이 아들에게도 서툴기만 하다.하지만 이제는 안다. 서툴더라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故 신해철의 "아버지와 나"란 노래가 떠오른다.
내일은 꼭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TmbjGXAd8
덧) 아버지와 함께할 프로젝트(?) 하나가 떠올랐다. 그냥, 더 늦기전에 아버지와 뭔가를 좀 해봐야지 싶다.
덧2) https://isydney.tistory.com/420 이런 글도 적었었네.
덧3) 이순간, 나는 아들에게 그래도 당당한 아버지일까? 아버지에게 그래도 자랑하고 싶은 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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