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고요한 시간을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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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기차안에서 석양이 지는 사진을 찍었는데, 움직이고 있어 화질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예전, 아주 오래전, 몇년도인지, 봄이였는지 가을이였는지 기억조차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 작은 기억속에 한장의 사진처럼 확연하게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 아마 그 당시에 지금처럼 사진기술이 발달해 있었다면, 분명히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날, 난 내 고등학교 동창녀석과, 군에 있는 또다른 고등학교 동창녀석을 면회갔다가 오는 주말 오후 였다. 전방쪽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한적한 국도변에서 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해가 산봉오리 뒤로  살짝 넘어가 있고, 약간의 땅거미가 깔리는 순간.. 그 순간이 하루중 가장 평온하게 내게 다가온다고, 운전을 하는 친구에게 말했더니, 기꺼이 차를 길 한편에 멈추고 좀 그 여유를 즐겨보라고 한다.



[기억속에 이런 한적한 국도였던 것으로 생각이 든다]


난 차에서 (그당시 우리는 그차를 "프렌다이져"라고 불렀다) 내려 그 풍경을 조용히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녀석은 신발과 양말도 벗고 맨발로 조오기 보이는 곳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자고 제의 한다. 녀석~~ 난 녀석의 말대로 신발과 양말을 벗어 한쪽에 놓고 아직은 한낮의 온기가 느껴지는 아스팔트위를 그 녀석과 둘이 말없이 걸어갔다가 다시 걸어왔다. 친구의 도움으로 아직도 생각나는 한장의 사진같은 영상을 가슴 깊이 세긴것이다. 그 날이후 아직도 더 그 시간이 평화롭고 좋다.


시간이 어느덧 흐르고 흘러서 군대간 녀석도 제대를 하고 사회의 중견 구성원이 되었고, 운전을 하던 녀석도 한 대학의 교수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돌아보면, 나를 채워주는 또 하나의 기둥은, 이런 추억이라 이름 붙이는 작은 기억이 아닐까 싶다.





언제 시간이 허락하면, 그 녀석과 한번 더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일몰의 시간 속에서 아스팔트의 온기를 느끼며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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