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 이정명 - 별을 스치는 바람

728x90



우연히 읽게된 책 "별을 스치는 바람", 얼마전 너무 하늘이 파랗다는 생각에 "시인이 아니어도 파란하늘은 사람을 그립게 만든다라"는 글을 한줄 게시판에 남겼다가, 후배가 "별을 스치는 바람을 빌려드리까요" 했던것이 실제로 책을 빌려보게 되었다. 실은 난 "별을 스치는 바람"이라고 해서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이라는 시를 읽어준다는 것으로 알아 들었다. 그런데 실제 책이 있었다.



[어쩌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윤동주님의 유고시집 - 친구 정병욱이 목숨을 걸고 소장하고 있다가 발간했다고 한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따랐지만, 윤동주님의 이야기와 시를 담고 있는 책. 19편의 유고작과 그분의 행적(?)을 이야기 하고, 시를 읽어보고, 그분의 번뇌를 같이 느낄수 있게 쓰여진 소러책이엿지만, 항상 글쓰는 일에 목말라 하고 있던 나에게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 한분의 국어선생님 같았다. 한 단어를 한 문장을 선택하기 위해 이리저리 번민하는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아~ 문장에 이런 느낌을 주고, 이런 어휘가 사용되어야 하고, 입속에서 여러번 되뇌어 보아야 만들어지는 구나"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1권을 읽는 내내 마치 국어 수업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중간 이후에 험한 인생을 살아온 간수에게 윤동주님이 하시는 말씀 한구절이 가슴에 남았다.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진심이 들어있는 문장은 시가 됩니다."


학교다니던 시절 치기어린 마음에 윤동주님의 "별헤는 밤"이란 시를 읊조리고 다녔고, "서시"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참 오랫만에 다시 한번 소리내어 가슴 깊이 머물러 있던 시의 한구절을 꺼내어 읽었다. 간만에 고마운 책을 읽었다. 비록 아직 2권은 읽지 못했지만...


별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프랑시스 잠', '라이넬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덧 1) 윤동주님의 시는 나이가 든 지금 읽어도 비장하다. 글이 살아있다는 것은 이런 글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일 것이다. 시에서 때로는 애잔함이, 때로는 슬픔이, 때로는 비장함이 느껴진다.


덧 2) 2권도 읽고 다는 글... 2권에서는 비명으로 가신 윤동주님이 가슴아파 천천히 읽을수 밖에 없었다. 읽다가 서고, 읽다가 서고,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을때와 비슷한 느낌이였다고 할까? 



...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